
번역 - 제미나이
제48화 소문의 시설
“무슨 불만이 있다는 거야! 이건 상식이잖아!”
“웃기지 마! 배 아파서 낳은 내 금쪽같은 자식을 왜 노예로 보낸다는 거야!? 돈이 필요하면 당신이 벌어오라고!”
“하아!? 그러면 당신이 벌어와 봐! 처자식 먹여 살리는 노력이 얼마나 드는지 당신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애 하나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
부모님의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옆방에서 울려 퍼지는 그 소리. 그것은 ‘나’를 팔지 말지에 대한 상담이었다.
“형아…….”
“괜찮아. 적어도 너는 안 팔려. 동생도 마찬가지고. 갓난아이는 팔아봤자 돈도 안 되니까. 절대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안아준 것은 한 살 어린 남동생과 갓난쟁이 막내 동생이었다. 우리 집은 삼 형제다. 내가 첫째라 후계자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럴 연유가 있었다. 장남이라는 이름표만 달고 놀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힘 하나는 자신 있었기에 동네 녀석들과 싸우고 다니며 문제를 일으켰다. 부모님이 이웃들에게 고개를 숙이러 간 적도 셀 수 없었다. 그리고 차남, 내 바로 밑 동생. 이 녀석은 머리가 좋아서 집안일과 아버지의 일도 잘 도왔고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니 아마 동생이 집을 이을 사람으로 선택될 것이다. 그런 연유로 동생이 팔릴 일은 없다. 이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팔려 나간다면 그건 나다. 어쩌면 동생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안아주는 힘이 절로 강해졌다. 이윽고.
“노인, 나랑 같이 가자.”
방문을 연 어머니가 몹시 격분한 표정으로 내 팔을 붙잡았다. 아아, 역시나. 하지만 놀기만 했던 대가가 돌아온 것이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 순간.
“적당히 해! 저런 의미 모를 녀석들한테 맡길 셈이야!? 그것보다 노예상에게 넘기는 게 훨씬 돈이 된다고! 알고나 있어!?”
“시끄러워! 마인이니 뭐니 겁먹은 모양인데, 나한테는 자기 자식을 파는 당신이 마인보다 더 무서워! 돈을 벌라고 했지!?
내가 벌어다 줄게! 직원도 모집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일하겠어!”
“갓난아이도 있단 말이야! 어쩔 셈이야!”
“데리고 가서 일할 거야!”
그렇게 외치며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어머니는 현관문을 부술 듯이 닫았다. 그리고 어둠 속을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노예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아까 분위기로 봐서는…… 그리 좋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엄마……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물어봐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이제 갈 곳은 지금까지보다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조금 희한한 고기긴 하지만 괜찮을 거야. 엄마도 같이 먹을 테니까.”
금방이라도 울 것같이 몰린 어머니를 보며, 나는 그 손에 이끌려 걸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상당히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마치 귀족이라도 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훌륭한 건물이었다. 어머니는 그 문을 두드리고 긴장한 기색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이거, 어쩌면 노예보다 더 위험한 거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수십 초를 기다리자 눈앞의 문이 열렸다.
“네, 무슨 용건이신가요?”
문 너머에서 나타난 것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였다. 검은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아름다운 검은색 잠옷 차림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머리에는 고양이 같은 짐승의 귀가 달려 있었다. 수인이다. 게다가 엄청난 부자에게 ‘길러지고’ 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깔끔한 묘인족이었다. 이런 저택에 왜 나를 데려온 거지……?
“저기, 구인 광고를 보고 왔습니다! 아이 돌봄과 교육, 그리고 보호 대상에 관한 건도 있다고 해서요! 그러니 제발! 제발!”
그렇게 말하며 어머니는 수인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보통은 있을 수 없는 광경이다. 이 도시에서 수인의 입지는 매우 낮다. 대부분 노예로 혹사당하거나 별난 귀족 밑에서 몸을 바치며 ‘물건’ 취급을 당하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내 어머니는 그 아이를 향해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그만해 엄마! 이 녀석 수인이잖아!? 왜 엄마가 고개를 숙여야 하느냐고——”
“조용히 해! ‘여기’는 종족 따윈 상관없어! 성과를 낸 사람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란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 억지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굴욕까지는 아니지만 분했다. 지금까지 나보다 입지가 약하다고 생각했던 수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어머니조차 나이 어린 저 아이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상황이. 이럴 거면 노예상에게 팔리는 게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아…… 역시 상당히 험악한 소문이 퍼져 있는 모양이네요. 그러니 사람도 안 늘어나는 거죠. 뭐, 한산해서 좋긴 합니다만. 자, 들어오세요. 자세한 설명과 그쪽 사정을 듣겠습니다. 아, 그리고 ‘수인’인 제가 아니라 ‘인족’이 이야기를 들을 테니 안심하세요. 숨김없이 말씀해 주시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우리를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어머니가 아부하는 태도를 보인 탓에 무심코 험한 말을 내뱉었지만…… 수인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녀는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귀여웠다. 우리를 응접실로 안내하는 뒷모습은 귀족 영애로 착각할 정도였고 태도 또한 늠름했다.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걷는 그녀의 칠흑 같은 나이트 드레스에 수놓아진 붉은 문양도 상당히 정교했다. 큰일 났다, 나 이 저택 주인이 아끼는 애한테 대든 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양쪽으로 열리는 문이 열렸다. 그 너머에 있던 것은 연미복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성이었다.
“오, 미나미 양. 새로 온 분들인가요?”
“죄송합니다, 나카지마 님. 바쁘신 줄 알지만, 한 팀만 안내해도 괜찮을까요?”
“네, 상관없습니다. 그보다 그런 차림으로 손님 앞에 나타난 걸 알면…… 리더에게 또 혼날 텐데요?”
“윽…… 주의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비밀로 해주세요…….”
그런 대화를 마친 그녀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 사람이 저택 주인인 건가? 분위기나 겉모습으로 봐서는 그런 것 같지만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그는 소파에서 조용히 일어나 소리 없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악식’의 클랜 멤버이자 ‘고아원’ 원장을 맡고 있는 나카지마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싱긋 웃는 그의 미소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빈틈이 없어 보였다.
“아아아아아아! 왜 이렇게 된 거야!”
“노인 형아, 다음은 내 차례!”
“노이, 노이! 안아줘!”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아무 부족함 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고, 어머니도 ‘고아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맡겨진 일은 다양했지만 힘들다고 느낄 만한 일은 없었다. 여기까진 좋다. 좋은데, 내 주변에는 항상 아이들이 몰려든다. 여긴 뭐야, 대체 뭐 하는 곳이야.
“노이! 안아줘!”
“아아아! 알았어! 자, 됐지!?”
“높다! 노이, 높다!”
“난 노인이다! 노이가 아니라고!”
철칙 첫 번째. 『종족 따위 상관없다. 공연히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이 있으면 날려버린다.』 이 시점에서 이미 이상하다. 뭐야, 날려버린다니. 누구한테 날려버려진다는 거야.
철칙 두 번째. 『어쨌든 먹고 자고 놀아라. 그리고 공부해라. 서툰 것도 일단 해보고,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무리하지 마라.』 그건 또 뭐야. 이렇게 아이들만 모이는 환경이라니, 어떤 의도가 있어서 모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다. 그렇게 말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철칙 세 번째. 『선생님들 말씀은 잘 들을 것. 음식 가리지 말 것. 하지만 정말 못 먹겠으면 솔직하게 말하렴.』 이해하기 어려운 규제가 많은 가운데, 이것만은 여러모로 의심이 가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이 시설에서 제공되는 것은 ‘마수 고기’이기 때문이다. 먹으면 마인이 된다는 ‘부정한 고기’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실험 시설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런 시설에 나를 포함해 6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있다. 다들 나보다 어리고 내 동생들 또래인 것 같다. 아이들을 이용해서 뭘 조사하려는 속셈인 걸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아직 적응이 안 되나요?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처음에 봤던 고양이 귀를 가진 검은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몇 번을 봐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믿으라는 게 무리 아냐? 고아 같은 애들을 대상으로 마수 고기를 먹이는 클랜이라니. 꼭 무슨 실험 시설 같잖아.”
생각을 좀 더 숨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이의 식견이기도 했고 내 성격 탓에 불만을 숨김없이 쏟아내 버렸다. 말을 내뱉고 몇 초 뒤에, 이 아이한테 말해봤자 어쩌겠냐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말이다.
“확실히 ‘실험’이라는 의미로 ‘그런 조직’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으니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주인님들은 결코 그런 겉과 속이 다른 분들이 아니니까요. 곤란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함께하는, 그런 분들입니다.”
“흥! 참으로 다정하신 ‘주인님’이시네! 그래서 나 같은 무능한 녀석에게도 손을 내민다는 거야!? 이 녀석들 같은 고아들도 도와주고 밥을 준다고!? 말도 안 돼! 아이들은 파는 게 합리적이잖아! 그런데도 안 팔린 건 ‘무능’ 낙인이 찍힌 낙오자들뿐이라고! 왜 우리 같은 ‘무능한 녀석들’을 도와주는 거야!? 뭔가 이득이 있으니까 도와주는 거 아냐!?”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은 ‘악식’에 있어 상품이니까요.”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어떤 물건으로 만들 셈이야!? 실험 재료야!? 그런 거지!?”
일주일 동안 이 건물에서 생활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언젠가는 팔려 가고, 다시 버려질 거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은 더 커져만 간다. 밥은 맛있고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먹고 있는 건 ‘마수’다. 실험용 동물로서 살찌우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당신들의 상품 가치, 그것은 기술입니다. 워커로서의 기술, 대장장이로서의 기술, 마법사로서의 기술. 그 외 기타 등등. 그런 기술을 가진 자들이 이곳을 떠나 평가를 받게 되면 그것이 ‘악식’의 평가가 됩니다. 지원해 주는 귀족이나 워커 지부는 이득을 보고, 지원금을 더 늘려주겠죠. 그러니 ‘상품’이라는 의미에선 틀린 말이 아닙니다. 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확실한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그녀 자신도 납득하지 못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뭐,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려면 좀 더 있어야 할 테고요. 지금은 주어진 일을 잘 해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익이 나고 있으니…… 그때까지 몸 상태를——앗, 주인님! 다녀오셨어요!”
대화 도중에 갑자기 그녀의 귀와 꼬리가 쫑긋 섰다. 그것만이라면 모를까, 지금까지 꽤 어두운 표정이었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부지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주인님’이라는 존재는 그만큼 큰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혀를 차며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음, 어. 응? 저게 ‘주인님’이야?”
그곳에 서 있는 건 시커먼 갑옷을 몸에 두른 남성들이었다. 어디로 보나 며칠 전에 만난 ‘나카지마’라는 남자가 훨씬…… 그, 신분이 높아 보인다. 그 정도로 꼴이 말이 아니었다. 시커먼 갑옷, 그것만으로도 그런데 피로 얼룩져서 붉은 건지 검은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더러웠다. 저건 좀 심한 거 아냐? 절대 평범하지 않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니.
“키타, 다녀왔어!? 밥!”
“니시! 다녀왔어!? 선물은!?”
“아쥬마! 목마 태워줘!”
주변 아이들이 일제히 그들에게 달려가는 게 아닌가. 아니, 이거 이상하잖아! 보통 저런 녀석들을 보면 애들은 울음보를 터뜨린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나는 혼자 남겨져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주인님! 다음 주에는 저도 따라갈 테니까요!? 꼭이에요!”
“키타! 니시! 아쥬마!”
“아쥬마가 아니라 아즈마 님입니다.”
“아즈마!”
“네, 좋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에게 제일 먼저 달려간 건 미나미라는 이름의 ‘그’ 소녀였다. 예쁜 옷을 입고 있으면서 더러워지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에게 매달렸다. 그 광경에서 시선을 돌리며 무심코 혀를 찼지만…….
“안녕.”
“어?”
어느샌가 그들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가까이서 서 있으니 위압감이 훨씬 더 대단했다. 칠흑 같은 갑옷이 셋. 내가 보기엔 마치 솟아 있는 벽 같았다.
“신입인가? 잘 부탁한다.”
그렇게 말하며 맨 앞의 남자가 투구를 벗었다. 거기서 나타난 것은…… 뭐랄까, 평범한 아저씨? 검은 눈동자에 검은 머리는 특이하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그에게선 적의나 해코지하려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아까까지 느껴졌던 위압감조차 안개처럼 사라질 정도였다.
“저기…… 아저씨가 여기 ‘리더’예요?”
“하하, 확실히 이제 아저씨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긴 하지.”
“주인님들은 아직 젊으십니다. 말조심하세요.”
아무래도 실언이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묘인족 소녀에게서 적의가 날아왔다.
“뭐, 앞으로 오래 보게 될 테니까. 난 키타야마라고 한다. 잘 부탁한다, 소년.”
“자, 잘 부탁해…… 전 노인이라고 합니다…….”
내미는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자 다음 순간 위아래로 힘차게 흔들렸다. 힘이 어찌나 센지 몸까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노인과 함께 그의 어머니도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갓난아이도 업무 중에 돌보는 형태가 되었습니다만……
자세한 건 나카지마 님께 들으시죠.”
“알았어. 그럼 그쪽에도 인사하러 가볼까. 따라올 녀석 손 들어!”
“““네에!”””
일제히 아이들이 손을 들고 키타야마라고 자칭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코우 씨, 난 저장고에 짐 좀 내리고 갈게.”
“난 토르 씨네 들렀다 갈게, 키타 군.”
남은 두 명의 검은 갑옷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대체 뭐 하는 녀석들이지.
아니, 애초에 ‘여기’는 뭐 하는 곳이야. 다시 한번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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