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 제미나이
제45화 꿰뚫어라
“웃기지 마! 왜 내가 나서면 안 된다는 거야!”
“용사님, 아까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뒤처리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그 거북이는 이제 없잖아! 그렇다면 문제없지 않아!?”
“하지만 현장은 워커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저 자리에 마법을 쐈다간 ‘용사’의 이미지도…….”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야!? 어차피 잡동사니들이 모인 거잖아!?”
그런 대화를 유우 군과 왕궁 사람이 나누고 있었다. 솔직히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정치라든가 ‘용사’나 ‘성녀’의 영향력 같은 건 나에게는 너무 생소하다. 나는 바보라는 걸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저쪽’ 세계라면 간단한 일 정도는 해내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공장이라든가 편의점이라든가. 이렇게 말하면 실례겠지만, 조금만 배우면 되는 단조로운 작업을 반복하는 일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것조차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지만, 어려운 일은 해내지 못하는 낙오자. 그게 나, 칸자키 노조미라는 인간이었다.
듣기로는 정신적인 병이라고 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기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고 의사 선생님께도 들었다. 학생 시절에는 차라리 나았다. 조금 특이한 아이 정도로 끝났으니까. 하지만 사회에 나가면 온갖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선고받았다.
“그러니까! 내가 공격하면 한 방에!”
“주변 사람들이 휘말리는 게 문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부디 이번에는 참아주십시오.”
여전히 소리 지르듯 대화하는 유우 군 일행. 그는 소꿉친구이자 언제나 나를 도와주었던 소년. 조금 비굴한 면도 있었지만 ‘이쪽’에 오고 나서는 꽤 자신감도 생겼다. 나에게는 무척 기쁜 일이다. 어딘가 어두웠던 소꿉친구가 이제는 당당하게 많은 사람 앞에 설 수 있다.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언제든 도와주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었던 그가 인정받은 것이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사랑하는 그가 드디어 ‘즐겁게’ 살 수 있는 세계가 온 것이다. 그것만으로 나는 ‘이 세계’를 받아들였다. 그렇다 해도 역시 우려되는 점은 남기 마련이라서.
“하츠미…… 어디 있는 거야?”
내 절친이라 부를 수 있는 그녀. 아무것도 못 하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그녀. 못 하는 게 없고 머리도 좋고. 심지어 남자아이들에게 고백도 잔뜩 받던 그녀. 그런 하츠미는 웬일인지 나와 계속 함께해 주었다. 남자들이 들이대면 지켜주고, 선생님께 혼나면 중간에 끼어들어 주고. 언제나 의지해 왔다.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도와준 그녀. 그 하츠미가 지금은 없다. 잘 모를 말들을 남기고 성문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하츠미…… 어디야? 나 혼자서는 유우 군의 화를 멈출 수가 없어…… 어떡하면 좋지?”
그런 중얼거림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야말로 격전, 그렇게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커다란 늑대와 여러 사람이 싸우고 있다. 여기는 그런 세계다. 도저히 나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 그렇기에 나는 ‘이쪽’에서도 모두에게 의지했다. ‘용사’라 불리는 소꿉친구에게 의지하고, 여기서도 도와주는 하츠미에게 의지하고. 그러니까 은혜를 갚아야 해. 그녀에게만 형편없는 음식이 나왔을 때는 내 밥을 절반 나누어 주었다. 모두가 하츠미에게 모질게 굴 때는 ‘그만해’라고 용기 내어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와 함께 있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 역시 나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분함과 한심함이 밀려온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바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하츠미가 돌아올지, 저 늑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성녀’는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거야……? 알려줘, 누가 제발 알려줘…….”
그런 중얼거림을 뱉은 바로 그 순간.
“살기 위해 산다! 그게 우리다, 이 멍청아!”
전선에서 그런 포효가 터져 나왔다.
아아 젠장, 적당히 좀 해라. 자잘한 녀석들을 ‘방패’ 부대가 막아주는 덕분에 뒤로 새는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중간 지점은 머릿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거대한 늑대가 틈을 비집고 습격해 온다. 장난하나, 무슨 난전이 이 모양이야.
“궁수, 마도사! 일제 공격! 길을 터라!”
“바보냐, 너! 우리한테 맞으면 어떡하라고!?”
“빌어라! 아군 사격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라고!”
그렇게 소리치며 양손의 창을 휘둘렀다. 뒤에는 ‘방패’와 ‘근접’ 부대. 우리를 뚫고 간 녀석들은 그들이 제거해 준다. 그 선두에 선 아가씨도 꽤 노력하는 모양이고 문제는 없을 터. 하지만 마수와 마물 정중앙에 뛰어든 우리는 쉴 틈조차 없었다.
“대장! 아무래도 좀 벅차!”
“시끄러워! 일단 늑대를 잡지 않으면 ‘정찰병’들이 접근을 못 해! 기합 넣어!”
여기서 우리가 물러나면 주변에 잠복 중인 동료들이 늑대의 먹잇감이 된다. 지금은 아직 우리 세 사람에게 주목하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물러나는 순간 주변 ‘정찰병’들을 하나씩 사냥해 나갈 것이다.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게다가 그들 뒤에는 마술사와 보조 부대까지 있다. 여기서 이놈을 놓치면 생존자보다 고인이 더 많아질 것이다.
“으아악! 이왕 이렇게 된 거, 단숨에 늑대까지——”
그렇게 말하던 길의 왼팔을 커다란 늑대가 물어뜯었다. 하지만 물린 곳은 ‘의수’.
“까불지 마! 타버려라, 이 자식아!”
순식간에 ‘불’ 마법을 사용한 길이었지만 상대도 역시 반응이 빨랐다. 한쪽 머리, 아니 입안을 희생하면서 길을 숲 안쪽으로 내던져 버렸다.
“뭐!? 잠시만!? 키타야마! 나머지는 부탁한다아아아!”
그런 단말마 같은 말을 남기고 어두운 나무 사이로 사라지는 길. 아마 정찰병들이 있는 곳보다 훨씬 너머로 날아간 듯하다. 아아 젠장! 패배 플래그를 세울 거면 좀 더 버티다가 퇴장할 것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창을 겨누자 옆에 대검을 든 카일이 나란히 섰다.
“저 녀석은 이대로 견제만 해서는 끝이 안 나. 발을 묶어두고 공격하자. 내가 미끼가 되겠어.”
“참나, 넌 어디까지 주인공 노릇을 할 셈이야…… 카일.”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카일이 달려 나갔다. 대검을 휘두르며 두 개의 거대한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하지만.
“거짓말이지…… 검을 깨물어서 멈추게 한다고……?”
머리 하나가 그의 검을 물어 고정해 버렸다. 완전히 움직임이 봉쇄된 카일.
남은 머리 하나가 그의 옆구리를 물어뜯으려 아가리를 벌리며 빛을 내뿜었지만.
“‘악식’은 자유 행동이다! 각자 좋을 대로 날뛰어! 누구도 죽게 내버려 두지 마라!”
그렇게 외친 순간. 두 발의 화살이 물어뜯으려던 늑대의 눈에 박혔다. 한 발은 짧고, 한 발은 길다. 틀림없다, 미나미와 시로다.
“좋아!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니시다 님의 등장이다!”
“날려버리겠어요! 온 힘을 다해 팰 테니까요!”
“주변의 잔챙이들은 저에게 맡기세요. 갑니다!”
좌우에서 니시다와 아이리가 튀어나와 두 머리의 중심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니시다는 날아차기였지만. 그리고 나카지마는 유난히 낮은 자세로 뛰쳐나가 주변에 넘쳐나는 마물들을 차례차례 사냥해 갔다.
“키타야마 군! 턱을 누를게!”
“아즈마 씨! 강화 마법을 전력으로 걸겠습니다!”
뒤쪽에서 튀어나온 것은 아즈마. 이 바보는 늑대의 두 아가리를 껴안아 입이 열리지 않도록 봉쇄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모하다. 상대는 아즈마조차 한입에 삼켜버릴 정도로 거대한 늑대인데. 게다가 애너벨의 강화 마법. 아즈마에게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다는 게 보일 정도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정말이지, 바보들뿐이라니까.”
나도 모르게 그런 중얼거림을 내뱉으며 창을 다잡았다. 상황은 갖춰졌다. 이제 눈앞의 늑대를 ‘사냥할’ 한 방이 필요할 뿐이다. 자유로워진 카일과 다른 멤버들은 늑대의 다리에 검을 꽂아 넣으며 발을 묶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우타!”
“키타야마 군!”
“주인님! 마지막 일격을!”
든든한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키타야마 씨! 근성을 보여주세요!”
“키타야마! 끝내버려!”
“키타야마 씨! 지금입니다!”
“키타야마 씨! 마녀의 남편이 되고 싶다면 오기를 보여보라고요!”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기에 달려 나갔다. 거대한 늑대를 향해서.
“대장! 마석이다! 마석을 꿰뚫어!”
마지막으로 들려온 그 목소리에 따라 나는 늑대의 품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마석, 그것은 심장 내부에 있다. 지금까지 수없이 해체하며 보아왔기에 알 수 있다. 온갖 경험이 살아난 셈이다. 정말이지, 매번 죽을 고비를 넘기는 건 사양하고 싶지만.
하지만 그렇기에.
“살기 위해 산다! 그게 우리다, 이 멍청아!”
포효를 지르며 창을 찔러 넣었다. 상대의 피가 뿜어져 나와 전신을 적셨다.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부족해. 창끝에서 마석을 포착했다는 감각이 전해지지 않는다.
“아아 젠장! 기세가 부족했어! 누구나 무기 좀 줘!”
그렇게 외친 순간, 바로 옆에서 ‘검은 창’이 불쑥 내밀어졌다.
틀림없이 내가 사용하던 창. 토르 일행이 만들어준 예리한 창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났다.
“써!”
“뭐!? 누구야, 너!?”
“됐으니까 빨리!”
나와 함께 마수의 배 밑에 잠입해 있던 그 소녀는 검은 눈에 검은 머리.
아무리 봐도 ‘저쪽’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에 언뜻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니다. 누구지, 이 녀석.
“쓰러뜨릴 거잖아!? 이 괴물을! 그럼 빨리 써!”
억지로 쥐여주는 검은 창. 하지만 상황이 좋은 건 사실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살았다!”
그런 연유로 박혀 있던 창을 ‘옆으로’ 밀어냈다.
박힌 창을 무리하게 밀어젖히자 폭포 같은 출혈과 고기 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깊숙한 곳에서 미세하게나마 다른 광채를 내뿜는 ‘무언가’가 보였다.
“거기다!”
몸을 비틀어 남은 창 하나를 더 찔러 넣었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무언가’를 부순 감각이 창끝을 타고 전해져 왔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 옆에 있던 소녀를 팔에 안고 쓰러지는 늑대의 배 밑에서 옆으로 굴러 빠져나갔다.
“좋아! 늑대 격파! 남은 건 잔챙이 정리다! 궁수, 마술사 부대 앞으로! 전력으로 짓뭉개버려!”
선언과 함께 후방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비처럼 날아오는 마법과 화살들.
그것들은 우리를 피해 남은 마물들을 소탕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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